요즘 이민을 갈 준비를 하면서,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이 있었다.
그 생각들을 잘 정리하여 글로 남기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따라왔다.
행복한 요즘 이런 저런 일들을 기록해 놓으면 나중에 볼 때 재밌지 않을까?
자연스럽게 '미국에 가면 일기를 열심히 써야지!' 라는 결심도 하게 되었다.
새 학기가 시작할 때 마다,
대학생이 됐을 때,
첫 직장을 갖게 됐을 때,
처음으로 미국에 가게 됐을 때 항상 떠오르던 똑같은 결심이었다.
그럴 때 마다 나는 원래 쓰던 일기장은 다 쓰지도 않아 놓고 새 일기장을 사거나, 새 블로그를 팠다.
과거의 어두운 역사는 방 구석 어딘가에나, 데이터 세상 어딘가에 비밀글로 잠궈버리고 새로운 인간으로 다시 태어나 새로운 마음으로 기록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리셋증후군' 이라는 단어가 있다. 컴퓨터가 원활히 돌아가지 않거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리셋 버튼만 누르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는 것처럼 현실세계에서도 리셋이 가능할 것으로 착각하는 현상을 일컫는 말이다. (출처: 위키백과 https://bit.ly/3hEwC1U)
내가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새 일기장을 사거나 새 블로그를 파대는 습관도 리셋증후군의 일부분을 보여주는 것 같다. 내 실수와 후회를 글로 적어 마음의 짐을 풀어내고, 내가 안보이는 곳에 두고 그냥 잊어버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옛 일기장을 펼치거나 옛 블로그를 보면 내 부끄러웠던 과거가 생생하게 떠오를테니까.
나는 벌써 블로그가 3개나 있고, 일기장도 따로 쓰고 있다.
과거의 내가 있기에 현재의 내가 있음을 제발 그만 인정하고, 10년 뒤 쯤에 보면 흑역사도 귀여워보일꺼야 라고 스스로 위안하며, 이 블로그에 계속 글을 남기기를 바라면서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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