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이 참 좋은, 그렇다고 그렇게 덥지도 않은, 참 기분 좋은 일요일 입니다.
집 근처 트레일부터 정복해보자는 마음으로 들렸던 Flat Rock Brook Nature Center.
저번에 처음 왔을 때 기부금을 내서 받은 모자를 쓰고 남편과 함께 출발했습니다.
입구에는 Hiking Sticks 라고 나무 막대기가 비치되어 있습니다. 지팡이로 쓰라고 둔 나무 막대기가 트레일을 걷는데 그리 큰 도움이 될 것 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귀엽고 재치있어 보는 사람을 미소짓게 만듭니다.
왼쪽 사진처럼 트레일마다 색깔이 표시 되어 있고, 가고자 하는 색깔을 따라 걸으면 되지만, 지도가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됩니다. 종이 지도를 하나 꺼내고, 오늘은 이 곳에서 가장 긴 빨간색 레일을 따라 걸어 보려고요.
트레일은 노란색(0.6miles), 빨간색(1.0mile), 주황색(0.6miles), 하얀색(0.5miles), 파란색(0.6miles), 보라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내딛을 때 마다 새로운 생명으로 가득합니다. 죽은 나무 둥치에는 버섯들이 자라고, 열매가 떨어진 자리에는 새싹이 돋아 있습니다. 자연은 이렇게 계속 순환합니다.
근처에 작은 시냇물이 흐릅니다. 그냥 비가 조금 많이 와서 생긴 것 처럼 보이는 이 얕은 물에도 생명은 있습니다. 송사리 였을까요? 물고기에 대해서 잘은 모르지만, 가까이 다가가니 작은 물고기들이 여럿이 힘차게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토독, 토독' 하고 뭔가 소리가 납니다. 주변에 다람쥐나 청설모가 많아 그들 소리인가 집중해서 들어보니, 남편이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라네요. 자기도 도토리를 많이 치워봐서 잘 안다고요. 미국엔 참나무가 많습니다. 미국인들이 도토리묵을 모른다는게 아쉽네요. 주변에 넘치고 넘치는 것들로 맛있는 음식을 만들 수 있을텐데요! 도토리묵은 천연 젤로나 마찬가지잖아요.
제가 태어나고 자란 제주도에는 잎이 뾰족뾰족한 삼나무가 주류를 이룹니다. 그래서 미국의 참나무 잎을 보면 참 신기하고 예뻐보입니다. 도토리 떨어지는 소리는 참 기분이 좋습니다. 순간 기분이 너무 평화로워 집니다. 이렇게 아름다운 자연을 걸을 수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빨간색 트레일도 꽤 길다는 생각이 들어 중간에 포기하지나 않을까 했는데 -저번에는 제가 화장실이 너무 급해서 좀 걷다 말고 후다닥 돌아왔었거든요-, 주황색 트레일도 도전해보게 되었습니다. 잠시 빨간색 트레일을 빠져나와 주황색 트레일의 시작점에 있는 다리를 건넙니다.
'이건 뭘 찍은거야?' 싶으실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귀여운 녀석이 숨어 있답니다. 저는 제주도에서 다람쥐를 본 적이 없어요. 서울의 청계천에는 다람쥐를 반려동물로 파는 곳이 있다고는 들었습니다. 직접 가보고 싶어서 남편이 한국에 왔을 때 가보았지만 길만 헤매고 찾지 못했었어요. 저렇게 귀여우니 곁에 두고 싶다는 마음이 백번 이해가 되고도 남습니다. 다람쥐가 많아서 계속 보이는데도 주변에서 부스럭하고 소리가 날 때면 꼭 두리번 거리며 그들의 존재를 다시 확인하고 싶었으니까요.
9월에 온 허리케인 '아이다'로 인해 뉴저지와 뉴욕은 홍수로 큰 피해를 입었었습니다. 안타까운 인명 사고도 있었습니다. 저희 집 주변도 한동안 침수되어 버려진 차 들과 부숴진 도로들로 인해 아포칼립스 영화의 한 장면 같은 모습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리케인이 지나간 다음 날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 처럼 햇살이 오늘 처럼 밝게 빛났었습니다. 여기도 그 때 피해를 입은 것 처럼 보이는 나무들이 곳곳에 쓰러져 있습니다.
다리를 오르니 넓은 연못에 오리 한 마리가 혼자 물놀이를 하고 있습니다. 오리는 단체생활을 하는 동물인 줄 알았는데, 이 녀석은 혼자서 여유를 즐기고 있네요.
이 열매는 뭘까요? 도저히 손으로는 깔 수가 없어 돌로 으깨보니 호두 처럼 생겼습니다. 구글 이미지에 호두 열매를 검색해 보면 다른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호두 나무 처럼 보이는 나무는 주변에 안보였는데 말이죠. 혹시 호두 친척인가? 조금 씹어 먹어 봤는데 확실히 호두 맛은 아니지만, 시중에 판매되는 호두처럼 말리고 볶는 과정을 겪으면 호두 맛이 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저 멀리 사슴 한 마리가 혹시라도 우리가 다가갈까, 우리 둘에게 온 신경을 집중한 듯한 모습입니다. 미국엔 사슴이 참 많습니다. 그냥 집 앞마당에 있는 경우도 있고 (동상인 줄 알고 깜짝 놀란답니다.) 도로가에 그냥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슴 사인이 있는 곳에서는 사슴을 치지 않도록 운전을 조심하며 해야 합니다. 제가 졸업한 제주대학교에도 사슴이 많았습니다. 한라산 중턱에 위치해서 그런지, 교양동에서 수업을 받다 보면 창문 밖에 사슴 가족들이 지나가는 걸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뭔지 모를 버섯들과 열매들을 계속 발견합니다. 제가 모른다는 건 보통 식용이 아니라는 뜻이겠죠? 아니면 주로 가공된 걸로 먹는다거나... 이럴 때면 정체가 너무 궁금해요. 이걸 먹으면 맛있을까요? 복통을 일으킬까요? 어쩌면 죽을 수도 있지요! 다음에 야생 식물에 관한 책을 사서 들고 다니며 확인하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슬슬 오늘의 모험이 끝납니다. 녹조로 가득한 연못에 멋진 나무 벤치가 놓여 있습니다. 제 멋진 남편도 앉아있고요. 여기서 몇 걸음만 나가면 주차장이 나오고 저희는 집으로 돌아가게 되지요.
뭔가 크리피한 느낌의 고양이 여인 벤치와 그 옆엔 녹조 가득 연못. 녹조가 가득한 연못에는 항상 거북이가 살고 있는 것 같아요. 거북이들이 가끔씩 눈치채기 힘든 속도로 아주 천천히 움직이며, 목을 쭈욱 빼고 일광욕을 즐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이지 않더라도 이 연못은 손상되기 쉬운 생태계를 갖고 있답니다. 낚시를 하거나, 야생동물을 만지려 하거나, 쓰레기를 버리거나,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도 안되겠지요. 다음에 땅콩버터잼을 가져 와서 다람쥐를 꼬셔볼까 생각한 제 자신을 꾸짖게 됩니다.
관리가 정말 잘되어 있어서, 기부금 20불이 전혀 아깝지 않았던 Flat Rock Brook. 다음에는 또 어떤 트레일을 걸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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