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끼는 중학교 3학년 때 부터 약 10년간 컬러렌즈, 소프트렌즈, 하드렌즈까지 꾸준히 착용해 왔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결막염은 살면서 딱 1번 걸려봤고, 렌즈끼고 자기, 렌즈끼고 물놀이하기 등 눈을 혹사시키는 행위를 서슴치않고 행해왔다.
원래 눈 수술을 할 생각이 없었으나 (걱정이 너무 많아서 혹시 재수없게 실명하지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을 많이 하기 때문...) 남자친구가 나는 안경을 찾는데만 인생의 4분의 1은 소모할 것 같다는 말에 심히 공감했고, 나는 본인 안경 쓴 모습 혐오, 나중에 미국에 가서 렌즈나 안경을 한국에서처럼 쉽게 구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훌륭한 안구 치료 서비스를 받기로 한다.
상담 및 수술이 가능한 눈인지 체크하기 위해서는 렌즈를 적어도 1주일 이상 착용해서는 안된다!
당연히 수술받기 까지도 절대 렌즈를 착용하면 안된다. 렌즈를 착용하면 눈이 눌려서 눈의 컨디션이 많이 달라진다.
본인은 바보같이 착용했다가 1주일 뒤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토끼가 수술한 병원은 라섹만 하는 곳으로, 그냥 라섹을 받기로 결정했다. 그냥 빨리 안경을 벗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어서 딱히 병원을 따져보지도 않고 친구가 라섹을 했던 곳으로, 날짜도 가능한 빠른 날짜로 부탁하여 수술일을 잡았다.
처음에 받은 다양한 검사들은 2시간이 걸렸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눈 상태가 변화할 수 있기 때문에 4일~1주일 간격으로 2차, 3차 검사까지 받고 의느님의 오케이를 받아냈다!
- 7월 3일 첫 검사
- 7월 15일 라섹 수술
원래 7월 14일에 받을 예정이었으나 아벨리노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곳에서 뭔가 실수해서 결과를 하루 늦게 보내줘서 7월 15일로 미뤄졌다.
애니웨이 라섹 당일. 긴장했으나 마취용 안약을 넣어주셔서 수술은 아프지 않았다. 다만 렌즈 후유증으로 눈에 이물질이 너무 많다고 의사선생님께 혼꾸녕이 났다. 다른 환자들 보다 2~3배 자기를 힘들게 한다고... 석션이 자꾸 막힌다구...
레이저로 안구를 조지는 라섹 수술 자체는 사실 10초 정도 밖에 걸리지 않지만 그 전에 안구를 세척해줘야 하는 시간이 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나고, 약 1시간 뒤 지옥의 시간이 펼쳐진다.
이제까지 눈을 혹사시켜 안구의 신이 노하신걸까? 세상에 그런 고통을 처음 겪어봤다. 아기는 안낳아봐서 아직 모르겠는데 신우신염보다 아팠고, 오늘 네일하러 갔을 때 사장님 말로는 아기 낳는 것 보다 아프다고 했다 (ㅋㅋㅋㅋ)
딱 10시간동안 DG게 아팠던 것 같다. 눈물이 계속 나고 너무 아파서 숨도 쉬기 힘들었고, 그냥 기절했으면 좋겠는데 기절을 못하는 강한 정신력의 본인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눈을 일본도로 일(一)자로 싸악 베이면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너무 아픈데 합당한 비유를 못 찾겠다. 나는 2일 정도 뒤에 아프다는 말을 들었어서 이것보다 더 아플 순 없다고 생각하며 너무 무서워 계속 울었다. 당연히 잠은 못 잤고, 밤을 새고 고통이 차츰 나아질 때 쯤 잠을 잘 수 있었다. 고통스럽지만 안약을 꼭 넣어주자.
수술 다음 날
그냥 눈을 못 뜬다. 눈물이 계속 흘러서 미리 준비한 밀리의서재, 팟캐스트, 유투브 뭐 하나 들을 정신이 없다,. 잠을 잘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어제의 최악의 고통은 없어서 다행인 듯 하다. 안약을 꼭 넣어주고 힘들겠지만 가끔 눈을 깜빡여서 고여있던 눈물을 빼 주는 것이 좋다.
수술 2일 후
눈이 하루하루 괜찮아짐을 느꼈다. 그래도 뭘 보거나 하기는 힘들었고, 심심해서 침착맨 삼국지랑 지대넓얇를 들었다. 근데 눈 감고 들으니 한 30분 정도 들으면 그냥 닭 처럼 잠들어 버린다. 안약을 계속 넣어준다. 눈에 이물감이 있고 눈이 잘 안보이기는 하지만 고통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행복한 인생이 되었다. 삶의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수술 3일 후
핸드폰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눈이 또 10창날까봐 최대한 안보려고 노력하며 침착맨 삼국지와 지대넓얇을 들었다. 안약은 나의 소중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계속 넣어주었다. 동생의 도움으로 머리를 감고 몸을 씻었다. 깨끗한 몸에 대한 행복으로 삶의 감사함을 또 한번 느낄 수 있다.
수술 4일 후
간사한 인간은 몇일 전의 끔찍한 고통을 잊어버리고 핸드폰을 보고 싶을 때 본다. 근데 계속 보기는 힘들다. 비록 할무니 핸드폰 마냥 글자크기가 짱 크지만 핸드폰을 보고 싶을 때 볼 수 있는 삶에 대한 감사함을 느낄 수 있다.
수술 5일 후
혼자서 충분히 돌아다닐 수 있어서 본가를 떠났다. 이마트에 쇼핑을 하러 갔는데 눈이 너무 힘들어서 오래 있지를 못했다. 아픔은 전혀 없지만 보호용 렌즈 때문에 눈에 이물감이 있어서 불편했다.
수술 6일 후 (오늘)
병원에 가서 보호용 렌즈를 뺐다. 내일 부터 세안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새로운 안약을 처방 받았다.
앞으로 적어도 3개월은 선글라스와 모자로 자외선을 피해야 하고 (의사 선생님 말로는 수술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눈에 자외선은 아주 안좋기 떄문에 밖에 나갈 땐 선글라스를 착용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안약을 계속 넣어주어야 하니 불편함이 한동안 계속되겠지만, 수술 후 그 엄청난 고통이 없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난 행복하다. 고통이 일주일 지속되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난 운이 좋은 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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